버스를 타고 경복궁역에 갔다.


여친과의 버스 데이또는 나름 상쾌했다.

[코피티암 경복궁역점에서 보낸 토요일 아침]


바람 부는 날, 커피 향과 그녀의 온기




토요일 아침, 조금 일찍 일어났다. 하늘은 맑았지만 바람은 제법 거세게 불었다. 그런 날엔 따뜻한 커피가 더 간절해진다. 우리는 부천에서 버스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목적지는 경복궁역 근처의 ‘코피티암’. 평소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고, 오늘은 특별히 그녀와 함께였다.


그녀는 먼저 세종문화회관에서 연극 공연을 관람했다. 그 시간을 존중하고 싶어, 난 공연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혼자 카페에 먼저 들어가 자리부터 잡았다. 이렇게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이 오랜만이었다. 설렘도 있고, 괜히 주변을 둘러보게 되는 조용한 긴장감 같은 것.


잠시 후,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카페 문을 열고 들어왔다. 공연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표정, 그리고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내 마음은 괜히 뿌듯하고 따뜻했다. 그렇게 오늘 하루가 진짜 시작된 느낌이었다.

우리는 샐러드와 커피를 주문했다. 코피티암답게 메뉴 구성이 간결하지만 정갈했다. 샐러드는 신선했고, 커피는 바람 부는 날씨에 딱 어울릴 만큼 따뜻하고 진했다. 테라스가 있어 밖도 좋아 보였지만, 오늘 같은 날은 내부가 정답이었다. 창가 자리에 앉아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시간, 복잡한 일상 속에서 잠시 벗어나 서로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고요한 순간이었다.






그녀는 공연 이야기를 꺼냈고,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다. 대단한 대화는 아니었지만, 말 하나하나가 하루를 꽉 채우는 느낌. 우리가 나누는 대화의 깊이나 주제보다도, 그걸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소중했다.


‘코피티암’은 공간 자체가 여유롭고 따뜻한 느낌이었다. 바깥의 차가운 바람과는 대조되는 따스한 공기. 커피의 향과 대화의 온도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서, 오늘 하루는 그 어떤 계획보다 만족스러웠다.


돌아오는 길, 우리는 다시 버스를 탔다. 창밖을 바라보며 그녀는 잠시 눈을 감았고, 나는 그 옆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렇게 특별하지 않은 하루가, 우리에게는 충분히 특별하다고.